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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허영만은 우리 만화가 산업화(産業化)의 꼴을 갖춰나갔던 1970년대 중반이후 「가장 경쟁력있는」 작가의 자리를 고수해 온 주인공. 작가생활 27년 동안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언제나 「한국만화의 중심자리」를 차지해왔다.
이 보기 드문 롱런기록은 작가의 철저한 「프로의식」에서 찾아진다. 시대와 조류(潮流)를 읽어내고 그 속에서 작품소재를 짚어내는 후각(嗅覺)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림. 그것의 조화가 허영만 만화를 있게 했다. 특히 작가의 그림 체는 꾸준히 진화(進化), 신규독자층의 구미를 정확히 명중시켜 왔다. 하나의 캐릭터와 이야기구조에 집착, 단명(短命)하고 마는 수많은 만화작가들 틈에서 허영만이 유난히 크게 돋보이는 까닭이 거기에 기인(起因)한다.
작가의 꾸준한 창작생명력을 보장해주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일과 여가시간의 분리」다. 허영만은 주간에만 창작에 전념하며 휴식과 운동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자기관리」를 하는 작가다. 대부분의 만화작가들이 철야(徹夜)작업으로 창작에 몰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프로의식」이 빚어낸 작품들은 그래서 언제나 강한 생명력을 드러냈다.
1975년에 발표한 「각시탈」은 당시 우리 하이틴/청년독자를 화들짝 놀라게 만든 「역사소재 만화」로 지금까지 올드팬들에게서 회자(膾炙)되는 작품. 또 1987년부터 만화광장에 연재, 2년간 지속된 「오! 한강」은 남북분단의 소재로 한 최초의 「이데올로기 만화」 였다는 점에서 당시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그런가하면 「세일즈 맨」 「아스팔트 사나이」 「48+1」 등 만화로 창작되기에는 다소 난삽한 전문소재를 계발(啓發), 화제작으로 만들어냈다. 이 작품들은 만화원작을 기반으로 영화나 TV 드라마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허영만의 「히트 퍼레이드」는 1990년 중반이후에도 지속됐다. 1994년 발표된 신세대풍속도 만화 「비트」는 5년만에 완결된 작품. 그러나 1997년 5월에는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무려 10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여 그 해 국산영화 「최대흥행작」으로 기록되는 기염을 토했다. 허영만의 만화가 늘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작품으로 각광받는 까닭을 뭉뚱그려 얘기하자면 「변화와 적응, 그리고 한 템포 앞서가기」 다.